흉강경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까지 자세한 후기

    흉강경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까지 자세한 후기

    전 글에 이어서 바로 흉강경 수술에 대한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자세히 적으려고 하다 보니 글들이 계속 길어지고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나누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020/12/11 - [후기] - 폐 결절 수술 전 입원 과정

    2020/12/15 - [후기] - 흉강경 수술 전 날 밤과 당일

     

    위에 글들은 흉강경 수술을 받기 전 입원 과정과 수술실을 들어가기 전 상황들을 아주 자세하게 작성한 후기글입니다. 수술에 대한 이야기만 궁금하신 분들은 위의 글들부터 읽으시면 됩니다.

     

    2020/12/02 - [정보] - 폐 종양 발견 과정 정리

    2020/11/30 - [후기] - 폐 조직 검사 방법과 후기

    2020/11/28 - [후기] - 폐 조영제 CT 결과와 추적 관철

      

    위에 보이는 글들은 폐 결절을 발견하고, 폐 종양 판정을 받은 과정을 작성한 후기들입니다. 후기글을 처음부터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본 글 가장 상단에 있는 '후기' 메뉴를 눌러서 처음부터 보시면 됩니다.

     

    저는 폐 결절(종양)을 제거하기 위하여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김교수님께 흉강경 수술로 좌상엽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흉강경 수술 후기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할 테니 잘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 흉강경 수술 후기

     

    전 글에서 수술 당일 병상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인솔자분께서 휠체어를 끌고 왔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습니다. 솔직히 아직 수술을 받지 않아서 멀쩡한데,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한다고 하셔서 아무 말 없이 휠체어에 앉았습니다.

     

    조직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는 병상에 누워서 갔었는데, 그때보다는 덜 창피했던 것 같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아직까지 실감이 잘 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인솔자분과 함께 같이 따라오셨습니다.

     

    1) 수술 대기실 도착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탄 다음, 암 병동 수술실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수술이 있는 층에 도착을 한 다음 조금 더 움직이자 아주 커다란 자동문이 보였습니다.

     

    자동문이 열리자 인솔자분께서는 아버지께 "보호자께서는 이제 보호자 옆에 있는 보호자 대기실로 가시면 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버지와 인사를 하고, 쓰고 있던 안경과 슬리퍼를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한테 "기도할 테니 잘 받고 와"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고 저는 자동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술을 하기 직전까지 휠체어에 타고 있었습니다.

    시력이 좋지 못해서 안경을 벗으니 앞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계속 이동을 했습니다. 자동문을 몇 번 더 지나갔습니다. 뭐랄까 병실이 있는 병동 보다 규모가 훨씬 큰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이동을 하다가 아주 넓은 홀이 있는 수술 대기실에 도착을 했습니다. 정말 한가운데가 텅 빈 대기실이었습니다. 대기실 앞쪽에는 커다란 벽걸이 TV 2개가 걸려져 있었습니다. 화면이 나오고 있었으나 안경을 벗고 있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기실에는 저 말고 세 분이 더 저처럼 휠체어를 타고 수술을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모두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이었습니다. 인솔자분께서는 저한테 수술을 잘 받으라고 말씀을 해주시고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이때부터 조금씩 긴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대기실은 춥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차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수술 간호사와 의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으며, 수술을 끝내고 병상에 누워 나오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2) 수술 대기실에서 했던 것들

     

    저는 바로 수술실로 들어가서 수술을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휠체어에 앉아서 계속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자 먼저 한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머리에 부직포 같은 수술 모자를 씌워주고, 담요로 몸을 덮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또 다른 간호사가 오셔서 저에게 "성함이랑, 생년월일 말씀해 주세요."라고 하셔서 답을 했습니다. 그러시고는 "오늘 어디 수술하세요?"라고 또 질문을 하자 저는 "폐 좌상엽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흉강경 수술을 받습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알겠다면서 확인을 하시고 다시 가셨습니다. 몇 분 더 기다리자 이번에는 마취과 의사 선생님께서 템플릿을 들고 오셨습니다.

     

    흉강경 수술을 위한 전신마취에 대해서 템플릿으로 설명을 하고 사인을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수술할 때 하시는 마취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하러 왔어요. 아시다시피 수술을 하시는 동안에는 전신마취를 하시고요. 전신마취를 하시면 폐가 스스로 숨을 못 쉬기 때문에 기도 안쪽으로 깊숙이 기구를 넣어서 산소를 공급해요. 기구를 넣을 때 이빨에 부딪치게 되는데, 치아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치아에 붙이는 보형물이 있을 경우 깨질 수가 있어요."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저의 이빨을 전체적으로 한 번씩 만져보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기도 안쪽으로 깊숙하게 기구를 넣기 때문에 수술이 끝나고 나면 목이 많이 불편하거나 아플 수가 있어요."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템플릿에 있는 서명란을 저한테 보여주셨습니다. "이 서명은 전신마취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전신마취에 동의를 한다는 서명이에요."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별생각 없이 사인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서명란에 사인을 하고 마취과 의사 선생님은 인사를 하고 가셨습니다. 이때부터 실감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는 '진짜 수술을 하는구나... 수술하다가 못 깨어나면 어쩌지?'라는 좋지 못한 생각을 엄청 했습니다.

     

    전신마취를 했는데 수술 도중에 각성이 되는 사례를  TV에서 본 적이 있어서 그것도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혼자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고 있을 때 드디어 수술팀 간호사분들이 오셨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저를 드디어 수술실이 있는 공간으로 데려갔습니다. 수술 대기실 왼쪽에 있는 또 다른 커다란 자동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술 대기실에서는 한 30분 이상 대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3) 흉강경 수술을 받다

     

    또 다른 자동문 안으로 들어가자 수술실 문들이 보였습니다. 정말 많은 수술실들이 벌집처럼 닥닥 붙어 있었고, 수많은 수술실 안에서 수술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정말 많은 수술실이 있었습니다. 문이 다 닫혀 있어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참고로 수술을 하기 전에는 물론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저의 수술을 집도하시는 김교수님을 뵙지는 못했습니다. 아마 마취가 되고 수술 준비가 끝난 다음에야 들어오신 모양입니다.

     

    저는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 병동 복도를 따라 쭉 갔습니다. 가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더니 드디어 저의 수술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수술실 안에는 이미 수술팀 간호사와 보조 의사 선생님께서 분주하고 수술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수술실은 생각보다 정말 많이 작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수술실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수술실은 미래에 있는 수술실을 가져다가 설치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니터가 많았습니다.

    수술 침대 위에는 수많은 모니터가 있었으며, 주변에는 이상한 기계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외계 기술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안경을 벗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여하튼 수술실에 들어가서 아주 잠깐 대기를 하자 간호사분께서 휠체어에서 일어나 윗옷을 벗고 수술 병상 위에 똑바로 누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윗옷을 벗고 병상에 누웠습니다. 제가 키가 조금 큰 편인데, 수술 병상이 정말 너무 작아서 눕는 과정도 힘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수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수술 병상은 전부 작다고 합니다. 

     

    수술 침대 위에 눕자 이때부터 긴장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이제서야 실감이 너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술실 안은 정말 너무 추웠습니다.

     

     

    그리고 건강검진을 시작으로 폐 CT를 찍고, 조직 검사를 받고 수술을 결정하게 된 과거의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술 병상에 눕자 바로 엄청 따뜻하고 부드러운 담요로 제 몸을 덮어주셨습니다. 그냥 평범한 담요가 아니라 따뜻한 열이 있는 담요였습니다. 수술실은 정말 추웠지만, 담요를 덮고 있으니 추위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환자를 위한 작은 배려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는 혈압 체크를 하고 손가락에 심장박동 센서를 끼웠습니다. 옷을 벗은 상체에는 심전도 검사를 했던 것처럼 동그란 기구를 막 붙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심장박동이 무지 빠르게 뛰었습니다.

     

    저의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게 뛰자 수술실에 있던 간호사분들께서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지금 긴장을 너무 하셨다고 다독여주셨습니다. 순간 창피해서 저도 모르게 차분해졌습니다.

     

    옆에서도 계속 바쁘게 수술팀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이렇게 생긴 산소마스크였습니다.

    그다음 영화에서만 봤던 산소마스크를 제 얼굴에 덮었습니다. 진짜 수술을 받는 환자의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산소마스크를 덮자 크게 심호흡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심호흡을 몇 번 하자 옆에서 이제 마취약이 들어갈 거라고 하셨습니다. '와 드디어 시작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긴장이 다시 됐습니다. "마취 시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몸에 조금 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긴장을 너무 해서 그런가 정신이 너무 멀쩡했습니다. 정말 눈도 똑바로 뜨고 있었고,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눈이 풀리거나 힘이 없어지거나 같은 느낌은 정말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계속 '마취가 안되면 어떡하지? 가끔 마취가 안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아니면 이러다가 수술 도중에 마취가 깨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막 했습니다. 정말 정신이 깨끗했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눈을 떴는데 수술이 끝났습니다. 정말입니다. 정신이 분명히 멀쩡했는데, 갑자기 눈을 뜨니 수술이 끝나고 저는 이미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2. 흉강경 수술 후 중환자실 입원

     

    "환자분 일어나세요."라는 소리와 함께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습니다. 정말 수술 전까지는 기억이 생생했는데 갑자기 저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수술을 때문에 전신마취를 하시는 분들은 걱정이 많으실 텐데, 정말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거나 술을 먹고 필름이 끊기면 중간에 텀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이 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평소에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뜬 느낌인데, 수술이 끝나 있는 것입니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에 대한 공포는 가질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1) 생각보다 길어진 수술시간

    여하튼 저를 깨우는 소리와 함께 눈을 떴는데, 일단 통증이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아직 마취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통증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일단 옆에 계시던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저는 아버지께 "몇 시에요?"라고 먼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가 아버지께서 9시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에 작성했던 글들에서도 몇 번 언급을 했지만, 수술 전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저의 수술 시간은 약 2-3시간 정도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6시간이나 지나버린 것입니다.

     

    저는 졸린 와중에도 너무 놀라서 "9시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수술이 조금 어려웠데, 그래서 오래 걸렸다고 하시네. 수술 도중에 검사한 걸로는 염증 같다고 하셨고, 수술은 잘 끝났데."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원래 수술이 끝나면 나면 바로 중환자실로 가지 않고 회복실에 가서 일어난 다음 검진을 받고 중환자실로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장 마지막으로 수술이 늦게 끝나서 바로 중환자실로 갔습니다. 

     

     

    순간 수술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확 놀랐다가 일단 염증으로 나왔다는 말에 다시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아버지께서 나중에 말씀을 하셨는데, 보호자 대기실에서도 제가 수술실에서 가장 늦게 나오자 정말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수술 전날 밤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저랑 같이 들으셨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5시간을 넘자 아버지께서는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 밖에 생각을 못 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수술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늦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일단 저의 수술 부위가 신경이 많이 지나가는 자리여서 수술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 와중에 김교수님께서 저의 폐를 최대한 살리시겠다고 손을 직접 넣어 폐의 부위를 하나하나 만지시면서 폐를 조금씩 절제하는 방향으로 수술을 진행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교수님 손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열어서 저는 흉강경 수술 절개 부위가 다른 환자에 비해 조금 많이 큽니다.

     

    실제 저의 수술 부위 사진입니다.

    잠깐 저의 수술 부위를 공개하겠습니다. 흉강경 수술을 받으시면 대부분 절개 부위가 저 보다 반 정도는 작을 겁니다. 일단 교수님마다 수술 스타일이 조금씩 달라서 어떤 교수님은 정말 작게 열고, 어떤 교수님은 많이 연다고 합니다.

     

    김교수님 같은 경우 다른 교수님들에 비해 조금 많이 여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손까지 집어 넣으셔서 더 많이 열었다고 하셨습니다.

     

    여하튼 김교수님께서 너무 꼼꼼하게 수술을 하셔서 수술 시간이 엄청 길어졌던 것이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원래 진행하기로 했던 좌상엽 절제술로 하셨으면 정말 금방 끝났을 텐데, 저의 폐를 최대한 살리시겠다고 고생을 하신 것입니다.

     

    왼쪽이 엽절제술, 오른쪽이 구역절제술입니다.

    나중에 또 자세히 설명을 할 테지만, 저는 수술 방법은 좌상엽절제술에서 최종적으로 구역절제술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김교수님께서 수술 중에 상태를 보시고 구역절제술로 바꾸신 것입니다.

     

    나중에 자세히 알아봤더니 구역절제술은 엽절제술보다 훨씬 어렵고 숙련된 의사들만 할 수 있는 수술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수많은 수술 후기를 봤지만,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감사해서 가슴 한쪽이 뭉클해졌습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김교수님에 대해서도 나중에 글을 따로 작성할 건데, 그때 다시 자세히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2) 통증보다 참기 힘든 졸음

     

    일단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을 때 통증은 둘째치고 정말 너무 졸렸습니다.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께서는 눈을 뜬 시점부터 이제 절대로 자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정말 졸음을 참지 못해서 잠깐 눈을 감고 졸면 병상 쪽에서 경고음이 울립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최첨단입니다.

     

    수술 후 목이 많이 아플 수 있다고 했는데, 저는 목이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불편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그냥 평소랑 똑같았습니다. 사람마다 다른가 봅니다. 

     

    여하튼 이때까지는 통증 때문에 힘들지 않았습니다. 졸음을 참는 것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졸린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군대에서 40km 야간 행군을 할 때도 이렇게 졸리지는 않았습니다.

     

    핸드폰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일단 너무 졸려서 버틸 수가 없으니 아버지께 핸드폰을 갖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가장 마음이 놓이셨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핸드폰, 안경, 충전기, 그리고 중환자실 간호사께서 사 오라고 말씀하신 빨대가 달린 물컵 2개, 칫솔, 치약, 가래 통, 식염수, 휴지, 호흡 운동기구를 갖다주셨습니다.  빨대가 달린 물컵을 2개 구매하는 이유는 한 통에는 물, 한 통에는 식염수를 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휴지와 식염수, 호흡 운동 기구의 모습입니다.

    여하튼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시고 바로 나가셔야 했습니다. 중환자실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가 가능하며, 현재 코로나 때문에 오로지 1명만 하루에 1번 만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걱정하지 말라고 인사를 하고 졸음을 참기 위해 핸드폰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3) 몸에 달린 수많은 관들

     

    일단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로 오면 몸에 수많은 관들이 꽂혀 있습니다. 수술을 하기 전에는 왼쪽 손목 한 곳에만 링거가 꽂혀 있었는데, 수술 후에는 양쪽 손목에 수많은 링거가 꽂혀 있게 됩니다.

     

    그리고 수술을 받은 쪽 옆구리 아래쪽에 '흉관'을 차고 나오게 됩니다. 흉관은 폐 수술을 하고 나오면 폐에 피와 물이 차게 되는데, 그걸 빼기 위해 달고 나오는 것입니다.

     

    왼쪽은 제 몸에 흉관이 꽂혀 있는 모습, 오른쪽은 흉관과 연결되어 있는 피와 물을 받는 통입니다.

    흉강경 수술 중에서 간단하게 끝나는 수술이면 대부분 흉관을 1개만 차고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지 2개를 차고 나왔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흉관의 모습입니다. 이 흉관이 정말 정말 불편합니다. 흉관을 다 빼면 그다음 날 퇴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서는 화장실을 못 가기 때문에 아래쪽에는 소변줄이 꽂혀 있었습니다. 저는 수술 후 소변줄을 꽂고 나온다고 할 때 그냥 제 소중한 부위 겉에다가 소변줄을 꽂는 줄 알았는데, 정말 요도 안쪽으로 소변줄을 깊숙하게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기하게 오줌이 마렵지 않습니다. 방광에 오줌이 차면 소변줄을 통해서 수시로 빠져나가나 봅니다. 느낌이 조금 불편했지만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수많은 링거가 꽂혀 있으며, 무통주사 버튼을 손에 쥐고 있었습니다.

    위에 사진에서 제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 그 유명한 '무통주사 버튼'입니다. 파란색 버튼을 누르면 무통주사가 제 몸에 주입이 됩니다.

     

    무통주사 링거는 계속 꽂혀 있으며, 아주 미세하게 계속 몸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많은 양의 무통주사가 주입이 됩니다. 저 버튼은 통증이 너무 심하게 느껴질 경우 누르라고 주는 것입니다.

     

    무통주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표적으로 속이 심하게 울렁거리나 더부룩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부작용을 심하게 느껴서 몸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저는 부작용은 없었는데, 통증 완화 효과도 그렇게 크지는 않았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수많은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으니, 정말 수술을 받고 나온 환자라는 것이 실감 났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다행히도 졸음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3. 중환자실 후기

     

    흉강경 수술을 받고 나면 대부분 하루 정도는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됩니다. 수술이 엄청 간단할 경우에는 바로 일반 환자실로 간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결국 중환자실로 오게 됐습니다. 제가 입원하게 된 중환자실은 생각보다 엄청 깔끔하고 깨끗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중환자실은 엄청 어지럽고 무섭고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삼성서울병원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반 병실보다 더 병원 같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전체 구조는 직사각형 모양입니다. 사이드에는 중환자 병상이 일렬로 있고, 가운데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이 업무를 보고 있었습니다.

     

    정말 병실 같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중환자실 간호사분들은 병상과 상당히 가까운 위치에 있으며, 정말 수시로 중환자를 케어합니다.

     

    중환자실에 들어오고 나서 정신을 조금 차렸을 때, 김교수님 수술 보조의 선생님께서 오셔서 수술 결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수술은 잘 끝나셨고요. 수술 중 육안으로 봤을 때는 염증으로 나왔어요. 자세한 건 퇴원하고 첫 외래 진료 때 들으실 수 있고요. 일단 수술이 잘 끝났으니 회복만 잘 하시면 될 것 같아요. 궁금한 거 있으세요?"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몸에 연결되어 있는 링거들과 기계들의 모습입니다.

    아직까지는 정신이 조금 없어서 "염증이요? 그럼 제가 알고 있던 폐 염증성 근섬유아세포종이 아닌가요?"라고 간략하게 질문을 드리자 "일단 육안으로 봤을 때는 염증인데, 아주 자세한 건 최종 조직 검사 결과가 나와야 알아요. 일단 암종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보자면서 웃으시면서 나가셨습니다. 이때는 그냥 단순한 염증이라고 하셔서 의아했지만, 역시나 퇴원 후 외래 때 들은 최종 조직 검사 결과 경계성종양인 '폐 염증성근섬유아세포종'으로 나왔습니다. 이때는 염증이고, 수술도 잘 끝났다고 말씀을 하셔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1) 중환자실 간호사

     

    중환자실에는 간호사분들이 가까이에 있어서 언제든지 부르면 바로 와서 부탁을 들어줍니다. 제가 막 흉강경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에 왔을 때는 여자 간호사분이셨는데, 정신을 차리니 남자 간호사분으로 교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남자라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여자 간호사보다는 남자 간호사가 편하기는 했습니다. 일단 중환자실에 있는 간호사분들은 너무 친절하십니다.

     

    저를 담당하셨던 남자 간호사분은 심지어 가수 로이킴을 닮아서 엄청 잘 생기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친절하게 제 작은 부탁도 하나하나 들어주시고, 질문을 하면 대답도 잘 해주시고, 수시로 케어해주시고 정말 감사했습니다. 남자가 봐도 반할 뻔했습니다.

     

    이 분 말고 다른 여자 간호사분들도 전부 친절하셨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입원을 하는 동안 불편하거나 불만이 있는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말 너무 편하고 감사하게 있었습니다.

     

    2) 흉강경 수술 후 시간이 지나고

    흉강경 수술이 끝나고 3시간 정도 지나자 정신이 완전히 멀쩡해졌습니다. 졸리지가 않자 이제 통증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막 엄청 아프지는 않습니다.

     

    통증은 그렇다 치고 일단 너무 몸이 불편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간호사분께서 이제 기침과 가래를 뱉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흉강경 수술 후기에서 수술 후 기침하고 가래 뱉는 것이 너무 힘들고 괴롭다는 글들을 많이 봤습니다. 정말 맞았습니다. 기침을 할 때마다 가슴과 수술 부위에 통증이 미친 듯이 왔습니다.

     

    그리고 가래를 계속 뱉어야 하는데, 가슴과 목에 힘을 줄 수가 없으니 정말 너무 괴로웠습니다. 가래를 한 번 뱉으려면 기침과 함께 목에 힘을 줘야 하는데 정말 죽을 맛입니다.

     

    하지만 계속 가래를 뱉어야 폐렴 같은 합병증이 오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가래를 수시로 뱉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울면서 겨자 먹기식으로 주기적으로 가래를 뱉었습니다.

     

    처음 가래는 아주 걸쭉한 핏덩이 가래가 나왔습니다.

     

    위에는 제가 흉강경 수술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뱉은 가래입니다. 가래보다는 거의 그냥 핏덩어리입니다. 이런 핏덩어리 같은 가래는 한 3차례 정도 나오더니 점점 옅어졌습니다.

     

    가래를 몇 번 뱉고 기침도 하자 담당 간호사분께서 이제 물먹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물먹는 연습이라니?' 속으로 조금 의아하게 생각을 했지만, 폐 수술 후 사레가 걸리면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물도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흉강경 수술 직후에는 바로 물을 먹지 못하고, 식염수로 입안만 헹굴 수가 있었습니다.

     

    빨대가 달린 컵과 가래통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위에 사진처럼 빨대가 달린 물컵을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빨대를 이용해서 물을 정말 조심스럽게 천천히 먹는 연습을 했습니다. 몇 번 하고 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흉강경 수술을 하기 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물을 먹지 못했더니 갈증이 계속 났습니다. 그래서 물을 계속 마셨습니다. 물이 떨어지면 간호사분께서 오셔서 친절하게 물을 다시 채워주셨습니다.

     

    식염수와 가래통, 양치도구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수술 후 입안을 통해서 병균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이빨도 닦습니다. 이빨을 닦고 가래 통에 입을 행군 식염수를 뱉어 놓으면 또 간호사분께서 다 치워주십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가래도 뱉고, 기침도 하고, 물도 마시니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남자 간호사분께서는 이제 조금 자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눈을 조금 붙였는데, 오래 자지는 못했습니다.

     

    3) 걷기 운동

     

    잠을 조금 자고 일어나서 다시 핸드폰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은 새벽 4-5시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간호사분께서 이제 걷기 운동을 조금 하셔야 한다고 했습니다.

     

    폐 절제 수술 이후 반드시 걷기 운동을 해야 하며, 걸어야 폐가 빨리 펴져서 합병증이 안 생기고 회복이 빨라진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해서 운동을 해서도 안됩니다.

     

    제가 걷기 운동을 하기 전에 먼저 다른 환자분들께서 중환자실 안으로 돌고 계셨습니다. 수술 후 처음으로 두 발로 일어서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일단 옆구리 옆에 흉관이 꽂혀 있는 것이 제일 적응이 안 됐습니다. 그리고 양손에 링거가 다 꽂혀 있어서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정말 천천히 걸어야 했습니다.

    폐 수술 후에는 심장에도 무리가 가기 때문에 심장 박동 속도산소 포화도를 확인하면서 걷기 운동을 해야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일반인에 비해 심장 박동이 조금 빠르게 뛰어서 정말 천천히 걸었습니다.

     

    흉강경 수술 후 갑자기 무리하게 되면 심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서 최대한 안전하게 걷기 운동을 해야 했습니다. 태어나서 가장 천천히 걸었던 것 같습니다.

     

    몇 바퀴 돌자 간호사분께서 이제 다시 누워있어야 한다고 해서 다시 병상에 누웠습니다. 이때는 눕는 것도 정말 힘들고 불편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핸드폰을 했습니다. 이때는 유튜브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 누워 있었지만, 유튜브가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4) 흉부 X-ray 촬영

     

    중환자실에서는 흉부 X-ray 촬영도 했습니다. 흉강경 수술 후 기흉과 같은 합병증이 없는지, 폐가 잘 펴지고 있는지를 확인을 하기 위해서 찍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서 검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더니, 중환자실로 직접 X-ray 촬영 기계가 와서 사진을 찍고 갑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관경이었습니다. 유튜브나 TV에서도 본 적이 없어서 진짜 신기했습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촬영을 하자마자 간호사분께서 확인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누워 있으면 기계를 가지고 오시는 영상의학과 관계자분께서 제 흉부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찍은 흉부 X-ray 사진은 중환자실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을 바로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엄청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간호사분께서 제 흉부 사진을 보고 계셔서 저는 "폐 상태가 괜찮나요?"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간호사분께서는 "기흉 같은 건 없으신데, 폐가 아직 많이 안 펴졌네요."라고 대답을 하셨습니다.

     

    큰 문제는 없다고 해서 한 번 더 안심을 했습니다. 제가 수술을 처음하고 큰 병원에 처음으로 입원을 해서 그런지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많았습니다.

     

    5) 흉강경 수술 후 첫 식사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 7시쯤에 아침밥이 나왔습니다. 저는 아침을 먹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간호사분께서 아침을 먹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사레가 걸리지 않게 정말 조심히 천천히 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흉강경 수술 후 처음으로 먹은 아침밥의 모습입니다.

    아침밥은 죽과 함께 장조림, 계란 스크램블, 국 등이 나왔습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제가 흉강경 수술 이후 처음으로 먹었던 밥의 모습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수술 후 며칠 동안은 입맛이 없다고 했는데, 저는 너무 오래 굶어서 그런가 밥이 맛있었습니다. 남기지 않고 싹 먹었습니다.

     

    그리고 밥을 한창 먹고 있을 때 김교수님께서 회진을 오셨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 중이라서 조금 황당했으나, 수술 이후 처음으로 뵙는 거고, 감사한 마음이 컸기 때문에 반가웠습니다.

     

    중환자실로 회진을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김교수님께서는 저를 보자마자 "수술은 계획한 것보다 잘 됐어요. 회복만 잘 하시면 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조금 운동하시고 조금 움직이도록 하세요. 자세한 병명은 다음 외래 때 확인하시면 돼요."라고 간략하게 말씀을 하시더니 바로 가셨습니다.

     

    역시나 질문은 물론 감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수술 후 이렇게 회진까지 오셔서 설명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여하튼 기분 좋게 아침밥을 먹고, 잠이 와서 눈을 조금 붙였습니다. 담당 간호사 교대하는 소리에 잠을 깨고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때 시간이 오전 9시쯤 된 것 같았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흉강경 수술 후기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적었던 후기 중에서 가장 긴 것 같습니다.

     

    내용이 길어서 읽기가 조금 힘들지만, 저처럼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환자실로 옮긴 다음 회복한 것에 대해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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